개츠비를 죽인 팩트폭력 (feat. 디카프리오)

(스포 주의) 이 글은 소설 & 영화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츠비를 죽인

(feat. 디카프리오)

'가상 인물 현실화'의 두 가지 유형



 
따라서 조지 윌슨의 권총이 쏜 것은 이미 죽어있는 개츠비, 혹은 제임스 개츠였던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5년 피츠제럴드가 쓴 소설이다.
출간 당시부터 크게 인정을 받았고, 당시 사회를 잘 반영한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흡입력 있는 전개와 아름다운 문체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작품을 세 번 읽은 사람은 본인과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말까지 하며, 직접 번역 작업도 해 애정을 드러냈다. 2013년에 개봉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역시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인정받은 작품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행크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영화다.
주인공 프랭크는 실존 인물이며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프랭크가 2003BBC와의 인터뷰(BBC HardTalk)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 줄거리가 극적 연출을 위한 과장 없이 거의 사실과 일치한다고 한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디카프리오가 개츠비를  연기했는데, 이 글에서는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두 인물에 대해 다룬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I. 서론

II. 본론

 1. 가상 인물 설정과 현실화
 2. 가상 인물의 목적과 대상
 3. 팩트폭력이 미친 영향

III. 결론
 
 

  I. 서론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개츠비는 조지 윌슨이 쏜 권총에 죽게 되지만, 이는 문학적인 표현일 뿐 사실 톰이 개츠비라는 가상 인물의 허점을 낱낱이 폭로하는 순간 이미 죽은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소위 팩폭(팩트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제임스 개츠가 설정하고 현실화시킨 가상 인물 개츠비의 파괴와 함께 제임스 개츠 본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진범이라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주인공 프랭크와의 비교를 중점으로, 두 인물이 설정한 가상 인물

1) 설정과 현실화
2) 목적과 대상
3) 팩트폭력이 미친 영향

을 분석해보겠다.
 

 
  II. 본론
 
 1. 가상 인물 설정과 현실화
 
제임스 개츠는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가정을 떠나 개츠비라는 가상 인물을 설정하고, 코디 선장을 만나 후에 장교가 되는 과정을 통해 현실화 시킨다. 여기서 가상 인물이 전제하는 거짓은 귀족 집안 출신이며, 현실화한 가상은 품위장교라는 직업이다.
하지만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 이미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제임스 개츠는 더 발전한 형태의 가상 인물인 개츠비를 설정한다.

개츠비-1

이 두 가상 인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전자는 개츠비-1’ 후자는 개츠비-2’라고 부르겠다. ‘개츠비-2’가 전제하는 거짓은 옥스퍼드 출신합법적이며 숨길 것 없음이며, 현실화한 가상은 성공한 갑부. 이와 같이 제임스 개츠의 경우 두 가상 인물을 설정하고 일부를 현실화하고, 나머지는 거짓으로 숨기는 것을 볼 수 있다.

개츠비-2

가상 인물

전제하는 거짓

현실화한 가상

개츠비-1

귀족 집안 출신

품위, 장교

개츠비-2

옥스퍼드 출신, 합법적

성공한 갑부

 

반면 프랭크의 경우, 처음 집을 나와 가짜 수표를 현금화 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 인물 비행기 조종사를 비롯해 의사’, ‘변호사등을 단순히 위장하고 연기한다. 뛰어난 연기와 배경 지식 익히기, 또 완벽에 가까운 서류와 수표 위조는 본인이 실제로 설정한 가상 인물이 되기 위한 것 아닌 단지 목표 대상을 속이기 위한 노력이다.




즉 제임스 개츠는 설정한 가상 인물이 실제로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프랭크는 목표 대상이 자신을 그렇게 믿게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본인과 타인(목표 대상) 중 누구를 기준으로 가상 인물을 현실화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자를 본인의 현실화’, 후자를 타인에게의 현실화로 부르겠다. ‘본인의 현실화에서 실제로 이뤄내는 부분은 타인 역시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므로, 전자는 넓은 의미에서 후자를 포함한다.
 

실제 인물

가상 인물 목적

가상 인물 유형

제임스 개츠

실제로 되는 것

본인의 현실화

프랭크

타인이 믿게 만드는 것

타인에게의 현실화


 
하지만 이런 차이가 단지 표면적인 것이고, 제임스 개츠 역시 데이지라는 특정 목표 대상이 개츠비-2’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이 모든 것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가상 인물의 설정과 현실화 과정을 분석하는 것 만으로는 두 유형의 근본적인 차이점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으므로, 가상 인물을 설정하는데 있어 근본적인 목적과 대상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 가상 인물의 목적과 대상
 
제임스 개츠에게 있어서 개츠비-2’를 설정한 근본적인 목적은, 톰과 결혼한 데이지를 다시 자신의 여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가 상당한 갑부가 되어, 데이지 저택 맞은 편 섬의 대저택을 사고 매주 호화롭고 매력적인 성대한 파티를 여는 그 모든 이유가 데이지를 얻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설정한 가상 인물 개츠비-2’는 단지 데이지만 속인다고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에서, ‘타인에게의 현실화만 만족하면 달성되는 가상 인물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 이유는 다음 두 가지에 있다.
 
첫째로, 프랭크와 달리 목표 대상을 속이는데 성공하고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더 이상 속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임스 개츠의 목적은 데이지가 톰과 이혼하고 자신과 결혼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지와의 결혼을 유지해나가는 것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가 실제로 가상 인물 개츠비-2’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옥스퍼드를 졸업한 게 아니라 8개월 장교 자격으로 머물렀다는 사실과, 불법적인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의 한계다. 이 두 거짓은 데이지와 결혼하는 순간까지만이 아니라 그 후에도 들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
 
둘째로, 프랭크와 달리 짧은 시간 동안 소수의 목표 대상만 속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임스 개츠의 목적은 장기간에 걸친 것이고, 데이지와 관련된 다수의 목표 대상을 모두 속여야만 이뤄낼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유로 제임스 개츠가 설정한 가상인물 개츠비-2’는 그 목적상 관련된 모든 사람, 나아가 더 안전하게는 세상 전체를 속여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임스 개츠는 개츠비-2’본인의 현실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이고, 현실적인 한계에 따라 일부 현실화할 수 없는 것들은 믿음직한 거짓말로 대체했다고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개츠비-2’는 제임스 개츠의 자아로 깊이 자리 잡았고, 모든 언행에서 제임스 개츠의 흔적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가상 인물로 본인이 일체화 되는 일종의 정신 분열 단계에 이르렀다고 짐작된다.
 


 
 3. 팩트폭력이 미친 영향
 
살펴본 대로, 제임스 개츠는 본인의 현실화라는 점에서, 또 데이지라는 하나의 목표 대상을 갖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랑의 유지라는 특수적인 조건과 다수의 사람을 장기간 속여야하는 상황 때문에, 프랭크와 달리 본인이 가상 인물과 거의 일체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제임스 개츠, 데이지, , , 조던이 모인 호텔방에서 톰이 개츠비-2’의 이면을 폭로하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톰이 옥스퍼드 출신을 증명해보라며 비슷한 또래 지인을 아는지 물어보자 제임스 개츠는 이례적으로 크게 흥분하며 사실을 실토한다. 또한 톰이 아는 사업가에게 전해 들은 바로 그의 사업이 불법적인 일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말을 하자 제임스 개츠는 분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임스 개츠가 갖은 노력으로 현실화한 개츠비-2’라는 가상 인물이 일정 부분 의존하던 거짓들이 모두 폭로되면서, ‘개츠비-2’ 존재 자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또한, 그런 폭로가 그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인 데이지와 데이지의 가까운 사람들을 앞에 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그 흔들림은 균열이고, 심지어 그런 폭로로 인해 개츠비-2’ 뿐만이 아니라 귀족 집안 출신이란 거짓을 전제하고 있는 개츠비-1’ 마저 의심받고 흔들리게 된다는 점에서, 개츠비-1’과 함께 개츠비-2’를 일체화한 제임스 개츠 자체의 총체적인 파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조지 윌슨에 의한 제임스 개츠의 죽음은 단지 문학적인 전개로서 필요했던 표현이며, 사실 이미 호텔방에서 제임스 개츠는 상징적인 죽음을 맞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III. 결론
 
프랭크와의 비교를 통해 살펴본 제임스 개츠가 설정한 가상 인물은, 그 목적인 데이지뿐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을, 또한 그 순간 뿐 아니라 장기간 속여야 한다는 점에서 본인의 현실화를 끝없이 강요하며 이는 제임스 개츠와 개츠비가 일체화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톰의 팩트폭력은 그 개츠비를 파괴함으로서 제임스 개츠를 살해한 것이고, 따라서 조지 윌슨의 권총이 쏜 것은 이미 죽어있는 개츠비, 혹은 제임스 개츠였던 것이다.


하지만 조지 윌슨이 권총을 쏘는 것이 불필요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개츠비가 권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으로 소설을 끝내지 않은 것은 두 가지 점에서 매우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첫째로 피츠제럴드가 집필할 당시에도 이미 유명했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아류로 저평가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고, 둘째로 조지 윌슨, 머틀, , 개츠비가 복잡한 관계를 이루며 모든 인물이 제 역할을 하는 치밀한 구성의 소설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아가 어떤 면에서는 이 글의 결론과 같이 개츠비의 파괴를 통해 제임스 개츠를 죽게 만든 진범은 톰의 팩트폭력이었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열린 결말의 여지도 남기게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글은 2018"문예의 이론과 실제"라는 강의에서 제가 제출한 리포트를 발전시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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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영화에 대한 논문을 한 편 읽었네요^^
    서론, 본론, 결론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고
    도표까지 깔끔하게 정리해 주어 한 눈에 쏙 들어오는군요
    글 쓰는 실력이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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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사합니다 :)
      좋게 읽으셨다니 정말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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